마음에 관한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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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정신건강 관련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경영하시는 분과 커피챗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코로나 블루 시기에 주변에서 비극적인 일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항상 기술이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애초에 우리가 그토록 많은 상실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사람의 마음과 삶을 개선하려는 제품들이 가지는 가장 큰 한계는 그런 제품을 찾아 사용할 의지가 있을 만큼 건강한 사람들만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제품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뿐, 어떤 제품도 소비자를 스스로 찾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정작 우리가 가장 돕고 싶은 사람들, 이미 나아갈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우리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조차 어렵습니다.

커피챗에서도 그 이야기를 꺼내 보았지만, 아직 명확한 해결책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다만 모두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우선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도우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지금껏 닿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 준 것은 주변 사람들의 헌신이었습니다.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저를 흔들어 일으켜서 어떻게든 일상을 살아가게 만들어 준 사람들의 사랑과 헌신 덕분에 스스로를 챙길 만큼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런 헌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좋은 사람들 주변에 태어나 그들을 만날 수 있었던 운이 따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운이 좋지 않았던 이들이 고독 속에 사라져 가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습니다.

기술이 사람들의 헌신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해야 그런 헌신을 기술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먼저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기술은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런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Dani Soohan Park (@heart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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